
오늘도 와이프가 회식이 있었습니다.
이제는 익숙합니다.
끝날 시간쯤 차를 끌고 나가 평소 기다리던 자리에 세워두고 연락을 합니다.
어제도 그랬습니다.
도착했다고 했더니 와이프는 이미 걸어오는 중이라며, 다른 데서 볼 수 없냐고 하더군요.
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계산이 됐습니다.
차는 이미 세워놨고,
주차도 애매하고,
괜히 움직였다가 서로 위치 설명하느라 더 헷갈릴 수도 있고,
무엇보다 술 마신 상태에서 “나 거의 다 왔어”는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.
이럴 때 어설프게 중간지점을 찾겠다고 움직였다가 엇갈리면
그때부터는 픽업이 아니라 상황실이 됩니다.
“어디야?”
“나 여기.”
“거기가 어디야?”
“아까 그쪽.”
몇 번만 반복돼도 없던 짜증이 생기죠.
그래서 저는 그냥 말했습니다.
“난 여기 있을게.”
제 판단으로는 그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.
조금 기다리더라도 확실한 장소에서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.
그런데 와이프는 살짝 삐진 것 같았습니다.
순간 저도 조금 억울했습니다.
괜히 움직였다가 더 꼬이면 결국 더 욕먹고 더 짜증내는 것도 제 몫일 텐데,
왜 벌써부터 내가 야박한 사람이 되어 있나 싶었습니다.
물론 이해는 됩니다.
회식 끝나고 술도 좀 마신 상태에선
논리보다 “조금만 더 내 쪽으로 와주면 안 되나” 하는 마음이 먼저 들 수도 있으니까요.
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내가 잘못한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.
술 취한 사람한테 그 순간 설명을 해봐야
들어가는 건 반쯤이고 남는 건 서운함뿐인 경우가 많습니다.
그래도 어쩌겠습니까.
괜히 이쪽저쪽 움직였다가 더 헷갈리고 더 헤매는 상황을 막는 게 먼저죠.
작은 서운함 하나쯤은 내가 먹더라도
큰 혼란 하나를 막는 쪽을 택하는 것.
어쩌면 그게 17년차 남편의 스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이제는 압니다.
무사히 만나서, 무사히 차에 태우고,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것.
그 평범한 결말 하나를 위해
때로는 낭만보다 무사히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요.
결국 어제도 저는
조금 기다리고,
조금 욕먹고,
그래도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습니다.
소를 버리고 대를 취한 것까지는 모르겠지만,
적어도 둘 다 길에서 짜증내는 일은 막았으니
제 선택이 아주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.
결국 중요한 건 누가 맞았냐보다,
우리 집 귀여운 멍멍이 와이프가 더 취하기 전에
무사히 데려오는 것이었습니다.
그 점에서는 저도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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