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길을 잃은 적이 있다.
낯선 도시, 접어도 다시 펼쳐지지 않는 종이 지도, 조수석 사람의 손가락. 그래도 어떻게든 도착했고, 그 과정에서 뭔가를 봤다.
길을 잃으면 내려서 물었다. 낯선 사람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며 그 동네 냄새를 맡았다. 빵집 굴뚝 연기, 비 온 뒤 아스팔트, 누군가의 저녁밥.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았다.
처음 간 길은 낯설었다. 두 번째 가면 조금 익숙했다. 세 번째가 되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— 저 골목 안쪽에 빵집이 있구나, 여기서 좌회전하면 지름길이구나, 비 오는 날은 이 구간이 막히는구나.
길은 여러 번 가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.
틀려도 괜찮았다. 아니, 틀리는 것 자체가 여행이었다. 잘못 들어선 골목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났고, 돌아가는 길에서 더 좋은 길을 발견했다. 실수가 지도가 됐다.
우리는 더 자주 주변을 봤다. 더 자주 질문했다. 더 자주 틀렸다. 그래서 더 많이 기억했다.
지금은 처음 가는 길도 막힘이 없다. 화살표가 이끄는 대로 핸들을 돌리면 된다. 도착한다. 정확하게, 빠르게.
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.
다음에 또 가도 다시 네비를 켠다. 같은 길을, 처음 가는 것처럼.
관찰이 사라졌다. 반복이 사라졌다. 한번 갔던 길을 다시 보고, 느끼고, 다시 또 깨닫는 그 과정이 사라졌다. 오로지 속도와 표시판만 보고 달린다.
네비게이션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.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그렇게 소비한다. 빠르게, 정확하게, 한 번만. 과정 없이 결과만. 느낌 없이 정보만.
네비게이션은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다준다. 하지만 그때는 목적지 이전의 모든 것이 다 이야기였다. 지금은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한다.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.
목적지에는 도착했는데, 어딘가에는 도착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.
그 어딘가가 뭔지는, 한번 길을 잃어봐야 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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